해남 해창주조장 방문기|막걸리의 품격을 경험한 힐링 양조장 여행

막걸리를 좋아하지만 늘 저렴한 이미지로만 기억했던 저에게, 해남의 해창주조장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. 고급 와인처럼 숙성된 ‘명품 막걸리’를 맛보고, 그 술을 빚는 정원까지 거닐 수 있다면, 이보다 더 특별한 가을 여행이 있을까요?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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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통과 명품의 만남, 해남 해창주조장의 역사


해남의 한적한 시골 마을, 그곳에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해창주조장이 있습니다. 1927년 일본인 시바타 히코헤이가 설립한 이 주조장은, 광복 이후 한국인의 손을 거쳐 지금은 오병인 대표 부부가 운영 중입니다.

양조장 외관은 일본식 가옥 구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근대문화유산처럼 느껴지고, 주조장 앞을 흐르는 삼산천은 예전엔 일본으로 이어지던 뱃길이었다고 하니, 이곳이 단순한 술 공장이 아니라는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.

해창주조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‘찾아가는 양조장’이기도 합니다. 정원을 걷고, 술을 빚는 사람들의 철학을 듣고, 실제 술을 맛볼 수 있는 이색적인 여행지가 되죠. 방문 자체만으로도 전통을 배울 수 있는 체험이 됩니다.


단맛 없는 깊은 맛, 해창막걸리의 품격


시음해본 해창 12도 막걸리는 첫맛은 부드럽고 달지 않으면서, 시간이 지날수록 복합적인 향과 은은한 단맛이 입 안 가득 퍼졌습니다. 인공 감미료 없이 유기농 찹쌀(8), 멥쌀(2)만으로 만들어지는 이 맛은 정말 고급 와인 못지않았어요.

해창막걸리는 도수에 따라 삼양주(9도, 12도), 사양주(18도)로 구분됩니다. 발효 단계가 많아질수록 정성과 시간이 더 들어가며, 가격 또한 1만원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. 그러나 한 모금만 마셔도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됩니다.

  • ✔ 유기농 찹쌀 사용, 인공감미료 無
  • ✔ 발효시간 최소 2주 이상, 장기 숙성
  • ✔ 한정판 18도 제품은 명절 및 연말에만 판매
  • ✔ 허영만, 정용진 회장이 애정하는 술

주조장 내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리미티드 에디션도 있기 때문에, 방문 계획이 있다면 미리 전화 확인 후 가는 것이 좋습니다. 저는 12도 제품을 구매해서 집에 돌아와 가족과 함께 마셨는데, 모두가 감탄했어요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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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창주조장을 특별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


술만 맛있으면 양조장일 뿐이겠죠. 해창주조장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정원에 있습니다. 약 2,500㎡ 면적의 정원에는 40여 종의 수목이 조화롭게 자라고 있고, 가장 오래된 배롱나무는 무려 700년의 수령을 자랑합니다.

단풍나무, 벚나무, 연못, 돌담길… 그 어느 곳도 인위적인 손길이 느껴지지 않아, 조용히 막걸리 한 잔을 들고 정원을 걷다 보면 마치 조선 시대 선비가 된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. 특히 가을엔 단풍이 어우러져 풍경화 같은 느낌을 줍니다.

입구 마당에 세워진 롤스로이스 차량은 오 대표의 자가용인데, 그 차량에서 이 막걸리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납니다. 한때 해창 18도 막걸리의 이름이 ‘해창 롤스로이스’였다는 이야기도 참 재밌더군요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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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리하며 – 막걸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준 여행


짧은 여행이었지만 해창주조장에서의 경험은 깊게 남았습니다. 막걸리는 싸고 빨리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을 완전히 바꿔준 곳이었어요. 시간이 담기고, 철학이 녹아든 진짜 전통주란 어떤 맛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.

해남을 여행한다면, 꼭 한 번 들러보세요. 단순한 양조장이 아니라, 한 그릇의 술과 한 조각의 정원을 통해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니까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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